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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이, 독일이 “미국이 유럽에서 그동안 감당해온 부담을 덜어줄 준비가 됐다”며 역내에서 앞으로 더 많은 군사적 역할을 떠맡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지난 6월 만든 1000억유로(약 140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이 소진된 뒤에도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은 12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외교학회 기조연설에서 “독일의 규모, 지리적 위치, 경제력 등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군사적으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인해 미국이 안보 전략의 초점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독일은 유럽에서 미국이 질 부담을 덜어줄 준비가 돼 있다.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도록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독일이 주력해온 경제 기여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유럽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런 전제 아래 독일이 제대로 된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014년 정한 기준대로 ‘국내총생산의 2%’를 군사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 만인 지난 2월27일 ‘2024년까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특별방위기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독일 연방의회는 6월3일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2%는 1000억유로를 들인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필요한 돈”이라며 “몇년 뒤에 우리가 지금 구매하는 장비를 유지할 여유가 없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이 소진된 뒤에도 독일이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2%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인식을 밝힌 셈이다. 2021년 현재 독일의 국방 지출은 627억66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의 1.53% 수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200일이 지난 가운데 나온 람브레히트 장관의 이날 발언에는 유럽의 불안해진 안보 상황에 대한 독일의 고민이 날것 그대로 묻어나 있다. 독일은 패전 이후 지난 70여년 동안 국가 안보를 나토라는 집단안전보장체제에 의존해왔다. 전후 일본과 마찬가지로 안보는 나토와 미국에 맡기고 독일은 경제 발전에 힘쓴다는 정책 노선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진 뒤 6개월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날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에 익숙한 우리 독일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한 국가가 최후의 수단으로서 ‘무장한 군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적국이 자기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침략, 파괴, 살인, (시민과 영토 등) 강제 이동을 일삼으려 할 때면 언제든 그렇다”라고 했다. 그는 6월에도 “안보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독일은 “군사적 수단으로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방군이 핵심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수십년 동안 저평가되고 무시됐다”는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 여론도 이러한 재무장 노선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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